▲ 박은수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이사장 지난 2004년 모두들 아테네 올림픽이 끝났다고 했을 때 사실 아테네 올림픽은 끝나지 않았었다. 올림픽주경기장의 성화는 이미 꺼졌지만 다시금 태극기를 드높이고 애국가를 울려 퍼지게 하겠다며 아테네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이들이 있었다.
바로 국내 언론의 무관심 속에서 장애인올림픽, 즉 패럴림픽(Paralympics)에 참가한 우리 대표선수단이었다. 금메달 11개와 은메달 11개, 동메달 6개를 획득하여 140개 참가국 중 종합 16위를 차지, 주목받지 못한 것치고는 국위선양을 톡톡히 해냈다.
2007년 다시금 언론의 주목 여부와 관계없이 금메달의 결의를 다지고 고독하게 출사표를 던지는 이들이 있다. 바로 이번 달 13일부터 18일까지 6일간 일본 시즈오카에서 열리는 제7회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IA:International Abilympic. 능력(ability)과 올림픽(olympic)의 합성어)에 참가하는 우리 대표선수단이다. 전 세계 37개국 450여명의 선수가 참가하는 이번 대회에 우리나라는 컴퓨터프로그래밍 등 총 25개 직종에 25명의 선수가 출전한다.
그들만의 리그로 끝나기엔 너무나 숭고한
지난 7일 결단식을 가진 우리 대표선수단은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를 거쳐 선발된 국내 최고의 기능인들로 지난 8월부터 3개월간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에서 합숙훈련에 매진해왔다.
어느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금메달을 향한 피눈물 나는 역경의 3개월이었다. 훈련기간 동안 입원을 하면서도 병실에서 훈련을 중단하지 않는 투혼을 보인 선수도 있었고, 사경을 헤매던 딸 때문에 출전을 포기하려던 선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아니 포기할 수 없었다. ‘장애’를 갖고 살아가는 이들의 자신과 사회를 향한 오기일 수 있다.
그러나 더 이상 그들만의 리그로 끝나게 하기에는 너무나 숭고하다.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은 1981년부터 국제재활협회(RI)와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연합(IAF)이 공동주최하여 4년마다 열리는 국제대회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6회 대회까지 매번 참가하여 우수한 성적을 거두어 명실공이 세계 속에 기능한국의 위상을 유감없이 떨친바 있다.
특히 올해도 종합우승을 차지한다면 국제대회 4연패라는 놀라운 위업을 달성하게 된다. 여느 국제대회 같으면 ‘4연패의 신화 달성을 향하여’식으로 거창한 리드문을 기대해봄직도 하지만 여전히 세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에는 역부족이다. ‘장애인이 잘 해봤자’, ‘장애인이 만들었으니…’, ‘장애인’이라는 단어가 우리 사회에 부여하는 ‘디스카운트’ 효과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장애와 비장애를 떠나 오로지 창의성과 실력을 평가할 프로페셔널리즘이 부족하다.
국가대표 선수단이 이상수 노동부장관과 영화배우 황신혜씨 등과 함께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대표선수단의 의지와 열정은 충분히 보상받아야만 한다. 훈련기간 중 제작한 작품들을 국내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의 온라인자선경매에 기증하기로 한 것은 장애인이기에 앞서 어엿한 기능인임을 증명하기 위함이다. 당당한 생산의 주체로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이번 대회는 특별히 비장애인 대회인 국제기능올림픽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개최된다. 대회규모나 선수단 지원규모 그리고 국민적 관심도 등 어느 것 하나 두 대회는 비교대상이 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장애인 선수들의 강한 자신감과 용기, 그리고 뛰어난 기량만큼은 비장애인 기능올림픽대회에 출전하는 어떤 선수에게도 뒤지지 않음을 확신한다.
대기업이 앞장서 기능인으로 대우해 줘야
이제는 우리사회가 이들의 당당한 의지와 열정에 화답할 차례이다. 특별한 것이 아니라 기능인에 합당하게 대우하면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들 장애를 가진 기능인력들의 취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 대표선수들은 대부분 주변 도움 없이 취업을 하고 있긴 하지만 그들의 실력에 걸 맞는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메달 획득 후 여러 대기업들의 관심을 유도하여 보다 질 높은 취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현재의 숙제다.
장애인 고용의 중요성은 대회조직위원회에서도 공감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는 기능경기와 더불어 전 세계의 장애인고용 성공사례발표회가 열리는 등 각국의 우수한 장애인고용정책을 벤치마킹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 우리나라도 장애인공직진출 확대에 대한 성과를 현직 장애인공무원이 발표할 예정이다. 이렇듯 이번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은 장애인의 우수한 기능을 알림으로써 장애인의 삶의 질 향상을 고용과 연계하는 데 그 궁극적인 목적이 있다.
2011년 차기 대회는 서울에서 개최된다. 우리나라는 이번 대회기간 중에 일본현지에 대한민국 홍보관을 운영하는 등 차기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적극적인 마케팅도 벌일 계획이다. 부디 서울대회 때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데 어우러져 온 국민의 참여와 관심 속에 함께하는 축제의 장이 펼쳐질 수 있길 기대해 본다. 그리고 언젠가는 '장애인‘이라는 타이틀을 걷어내고 ‘국제기능올림픽’만으로도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함께 정정당당히 자신의 기량을 뽐낼 수 있는 유니버셜한 경쟁의 장이 마련될 수 있기를 바란다.
그간 성실히 훈련에 임해준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하며 메달획득과 상관없이 이들의 아름답고 당당한 도전에 전 국민의 관심과 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