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못 배운 한 이제야 풀었다.
  • 경남편집국
  • 등록 2007-10-31 15:15:48
기사수정
  • 가슴 맺힌 아픈 사연 쏟아져 김영순.박선악 할머니 대상 차지
글을 몰라 평생 한이 돼 왔다는 남해군내 할머니들이 글을 배우면서 가슴에 맺힌 아픈 사연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팔청춘 꽃다운 나이에 글깨나 한다는 집에 시집을 온 김영순 할머니(79, 남해읍 선소)는 고된 시집살이만큼이나 글을 몰라 맘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군에서 실시한 ‘찾아가는 한글교육’덕택으로 글을 깨치면서 그 한을 풀게 된 것.

 
지난 24일 남해군에서 열린‘찾아가는 한글교육 글짓기대회’는 김 할머니처럼 어려운 시기에 태어나 글을 배우지 못한 300여명의 늦깎이 학생들이 그동안 떠안아왔던 문맹의 짐을 털어버리는 감동의 순간을 선사했다.

이날 할머니들이 써낸 글의 대부분은 글을 몰라 겪었던 아픈 추억과 학교에 보내지 않은 부모에 대한 원망, 한글을 배워 이젠 한을 풀었다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었다.

 
“글을 배우지 못하고 와서 가슴이 아팠습니다. 글을 배우라 해도 시집살이가 고데여서 글을 배운다는 것은 생각도 못했습니다...언제 한글을 배워서 한을 풀고 시폈습니다”

군데군데 맞춤법은 틀리지만 또박또박 정성들여 써낸 김영순 할머니의 글은 글짓기 부문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또, 아들을 먼저 잃은 슬픔을 표현한 신두심 할머니(76, 삼동 물건)의 글은 읽는 이로 하여금 잔잔한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자식은 칠남매를 낳아 기르다가 아들하나로 하늘나라로 보내면서 그때의 설음은 누구에게 하소연 하겠습니까. 지금도 그 아들 생각만하면 눈물이 앞을 가려 글을 쓸수가 없습니다...이 세상에서 다시 볼 수 없는 아들 저 세상에서 다시 만날 날을 기다려 봅니다”

 
이처럼 할머니들이 늦게나마 글을 깨치면서 가슴 속에만 묻어왔던 그동안의 애절한 사연들을 서툴고 비뚤비뚤하지만 글로 풀어내고 있는 것이다.

남해군은 최근‘찾아가는 한글교육 글짓기대회’참가작에 대한 심사를 끝내고 입상자 49명을 발표했다.

입상자에는 김 할머니와 글쓰기 부문 대상을 차지한 박선악 할머니(79, 남해 오동)를 비롯해 캄보디아와 중국에서 각각 시집온 결혼이민여성 노로다나(23, 창선 광천)와 리위지에(29, 서면 유포)가 글짓기 부문 금상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문맹의 한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지금도 남해군내 199개 마을 1970여명의 늦깎이 학생들은‘찾아가는 한글교육’에서 배움의 열정을 쏟고 있다. 전국에서도 유례없는 문자 해독율 100% 목표로 시작된 남해군의‘찾아가는 한글교육’이 어르신들에게는 진정한 배움의 전당이 되고 있다.

한편 군은 오는 12월 3일 문화체육센터에서 가족과 공무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입상자에 대한 시상을 하고, 입상작 등 우수작은 책자로 발간, 한글교육 부교재로 활용할 계획이다.

TAG
0
FMTV영상뉴스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기획특집더보기
주간포커스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