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숨김 없이 진솔하게 얘기를 나눴다.”
  • 편집국
  • 등록 2007-10-04 08:59:46
기사수정
  • 솔직 vs 파격, 소탈 vs 직설
노대통령은 지난 3일 우리측 수행원과 북측 관계자들을 만나는 자리마다 ‘솔직한 대화’를 몇차례 강조했다. 방북길에 오를 때부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서로에 대한 역지사지의 이해’와 ‘신뢰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반복해서 강조했다. 모두 맥이 닿아있는 말들이다. 그 연장선에서 북측의 파격적 예우와 배려에 대해 “감사하다”는 말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날 때마다 빼놓지 않았다.

오랜 분단과 갈등의 시대가 쌓아올린 높은 고지와 벽을 허무는 무기는 결국 진솔하고 솔직한 대화를 통한 ‘신뢰쌓기’이기 때문이다. “이번 대화는 서로의 현안에 대한 입장을 솔직하게 개전하는 자리였으며 그래서 벽이 있었는데 벽이 허물어졌다.”(천 대변인)는 분석처럼 두 정상이 말을 통해 약속하고 이를 실천하는 신뢰의 과정을 통해 한반도 평화와 공동번영이 길이 열린다는 노 대통령의 ‘철학과 원칙’이 묻어난다.

솔직 vs 파격, 소탈 vs 직설

이번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특유의 파격적이고 직설적인 말로 눈길을 끌었다면, 노무현 대통령은 솔직하면서도 소탈한 표현으로 상대방의 신뢰를 얻고 회담의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는 데 성공했다. 두 사람 모두 특유의 화법을 구사하면서도 서로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일 오전 노 대통령과의 회담 첫 머리에 특유의 유머 감각을 발휘했다. 노 대통령이 전날 직접 영접에 대해 사의를 표명하자 김 위원장은 “대통령께서 오셨는데 내가 환자도 아닌데 집에서 뻗치고 있을 필요 없지요”라고 대답해 회담장에 잔잔한 웃음이 일게 했다.

김 위원장은 2000년 정상회담 때도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구라파 사람들이 나를 은둔 생활한다고 말한다”며 “그러나 김 대통령이 오셔서 은둔에서 해방됐다”는 말로 자신의 이미지를 바꾸는 효과를 거뒀다.

“대통령께서 그걸 결심 못 하십니까”

김 위원장의 ‘파격적 스타일’의 절정은 이날 회담에서 노 대통령의 평양 일정 하루 연장을 제안하면서 유감없이 드러났다. 제안의 표현도 “내일 오찬을 시간 품을 들여서 편안하게 앉아 허리띠를 풀어놓고 식사하는 게 좋겠다”는 직절적 방식이었다. 제안 자체가 파격적인데다 노 대통령이 체류 연장 제안에 즉답하지 않고 참모들과 상의해 결정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대통령께서 그걸 결심 못 하십니까. 대통령이 결심하시면 되잖아요”라고 반문했다.

상대를 배려하는 노 대통령 ‘감사’ 시리즈

이번 정상회담에서 노 대통령의 말 속에는 ‘감사’와 ‘신뢰’가 가장 자주 등장했다. 북한의 수해 피해에 대해 몇차례 안타까운 심정을 나타냈고, 평양 도착 때 성대한 영접을 해 준것에 대해 몇차례 감사를 표현했다. 이날 정상회담에 앞서 노 대통령은 “일행이 평양에 도착했을 때 평양시민이 따뜻하게 맞아줘 마음속으로 감사하다. 위원장께서 직접 나와주시고 해서…”라고 했다.

초청받은 ‘손님’의 당연한 예의도 빼놓을 수 없다. 평양 도착 첫날인 2일 밤 환영만찬에서 이뤄진 김 위원장의 ‘건강을 위한 건배’ 제의는 일부 국내 언론의 ‘엉뚱한 시비’에도 아랑곳 않고 3일 밤 답례만찬에서도 이어졌다. 지난 3일 밤 아리랑 공연을 관람하면서 2차례 기립박수를 보낸 것도 “손님으로서 당연한 예의”라고 천 대변인이 전했다.

지난 3일 회담 시작 전 노 대통령은 평양에서 첫날밤을 지낸 소회를 ‘편하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날 백화원 영빈관 숙소에서 오전 7시부터 1시간 동안 열린 공식수행원들과 조찬을 겸한 대책회의에서 “다른 해외 순방에 비해 시차도 없고, 음식도 같고, 말에 부담이 없어서 편하다”고 말해 첫날 소감을 소탈하게 피력했다.

이어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의 일정 연장을 제의하자 “나보다 더 센 데가 두 군데 있는데…” 라며 특유의 솔직한 화법으로 풀어나갔다. “경호·의전쪽과 상의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큰 것은 제가 결정하지만 작은 것은 제가 결정하지 못합니다” 라는 말에 ‘대통령이 결심하면 되는데’라는 김 위원장의 생각도 바뀌었다.

남북정상이 주고 받는, ‘솔직함’이 묻어나는 이같은 소탈한 화법은 의견교환 과정에서 빚어질수도 있는 불필요한 오해와 불신을 접고 신뢰를 바탕으로 한 실질적 회담 성과를 이끌어 내는 소중한 토양이 되고 있다.
TAG
0
FMTV영상뉴스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기획특집더보기
주간포커스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