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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세배(歲拜)에 대한 향수"
  • 권기웅 기자
  • 등록 2011-01-31 22:4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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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철수네 할배 계시니껴?~ 누구로~ 예, 웃마 동철이니더. 세배(歲拜) 좀 올리라고요. 그래. 드온나"

매년 설날이 되면 집안에 행사를 끝마치고는 일가친척과 동네 어른들,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 부모님에게도 세배를 다녔다. 고향에 살고 있지만, 시골에는 아무런 연고가 없어 시내로 나와 살게 됐고 그 옛날 한동네 어른들을 찾아뵙기가 힘들어 졌다.

설날이 되면 집안이 온통 왁자지껄 했다. 길게는 1년, 짧게는 지난해 추석 때 만나고는 몇 달 동안 얼굴을 마주하지 못했던 식구들과 친지들이 한자리에 모이기 때문이다. 부엌에서는 음식을 해대는 냄새가 흘러나와 동네 전체가 고소하고 향기로웠다. 6살 베기 아이들은 차례상에 올릴 온갖 음식들을 몰래 집어 먹기에 바빴다. 어른들이 차례상에 올릴 음식을 미리 먹으면 "입 돌아간다"라는 말을 했지만, 고양이가 생선 앞에 서있는 것 같았다.

집안에 모든 행사가 끝이 나면 어른들은 아무리 꼬마라고 하지만 세배를 다녀야 한다고 가르쳤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이러니 할 수도 있는 일이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찾아가 절을 하고 음식을 얻어먹고 온다는 것이 체면 상 이래저래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귀찮기도 할 것이며, 낯을 가리는 사람들에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하지만 어른들은 그러한 미풍양속의 과정을 통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사회성을 가르쳤고 또 예의범절을 현실에 적용하는 방법을 일깨워주웠던 듯하다. 세배를 가면 어른들은 하나같이 첫 번째로 물어오는 말이 일치한다. "어른들은 마카 잘 계시나?, 니 성씨 본이 어디로?, 항렬이 어이되노?" 등 뿌리를 캔다. 이어 세배를 온 사람이 나이가 많든 적든, 잘 차려진 상을 내와 대접했다.

이제는 이러한 미풍양속을 찾아보기가 힘들어 졌다. 모두가 도시적으로 변했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 덧붙인다면 개인주의가 팽배해졌다고도 할 수 있겠다. 사실상 살아가는데 동네 어른들에게 하는 세배는 필요하지 않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것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게 정확히 무엇인지는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사람을 공경하는 일에 시작이라는 점은 분명히 하고 있다. 올 설에는 연휴기간도 길게 됐으니 고향을 찾으면 어릴 적의 배웠던 일을 상기시켜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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