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일화 칼럼] 적이 우리를 죽이는데 적이 쓴 무기로만 대응해야 된다는 논리가 어디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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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의 천안함 피격사건과 이번 연평도 공격에서 다 같이 보인 대화의 절벽은 전면전이라는 용어가 나오게 될 때였다. 왜 북한 공격에 과감히 맞서지 못하느냐고 탄식하면 누군가가 “전면전이 일어나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는 말을 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양측 모두 고개를 떨구면서 마치 천길 벼량끝에 다가선 것 같이 누구도 더 이상 말을 이어가려 하지 않는다.
군의 최고책임자 한 분도 왜 공군기로 공격하지 못했느냐고 어느 국회의원이 대들자 전면전이 일어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맞받아 쳤다.
전면전이라는 말은 온 대한민국이 전쟁의 불바다 속으로 빠져들 것이라는 의미도 되고 어쩌면 3차 대전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는 어마어마한 공포감이 들어있는 무시무시한 말이지만 엄격히 말해 군사용어는 아니다.
따라서 군 책임자가 써서는 안 될 용어이다. 클라우세비치가 처음 쓴 전면전(total war)은 앞으로의 전쟁은 단순한 군인의 숫자나 무기로 전쟁이 치러질 것이 아니고 온 국가의 재산과 과학기술, 국민이 총동원될 수밖에 없는 전 국가전이라는 뜻이기 때문에 우리 군 고위관계자가 쓴 그런 전면전의 내용과는 다르다.
그리고 모든 전선에서 일제히 전투가 벌어진다는 뜻의 전면전(all fronts war)이라면 군 책임자는 더군다나 “전면전이 일어나면 누가 책임 질 것인가라는 말”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전쟁이 안 일어나는 경우를 대비하는 것이라면 막대한 군비를 들여 온 전선에 군대를 배치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연평도 공격에 대한 과감한 대응공격이 혹 전투범위를 키울 우려가 있다는 의미라면 확전(擴戰)이라는 용어가 합당할 것이다. 우리 공군이 동원되면 북한공군이 동원될 것이고 또 어쩌면 미사일부대가 포문을 열고 하는 식의 전쟁확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는 충분이 나올 수 있다.
확전의 잘못된 예로 흔히 통킹만 사건을 든다. 1964년 미구축함 매독스 호가 하노이 앞 바다에서 월맹군에 의해 공격받았다는 보고에 따라 미국은 의회결의안을 통해 확전을 결의했고 이에 미군은 하노이 외항 하이풍을 맹공 함으로써 월남전은 본격화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연평도 공격에 대한 대응에 이런 확전논리를 적용하는 것도 합리적이 아니다. 북한해안포의 연평도 공격에 대해 왜 강력한 대응을 하지 못했느냐의 불만은 오래전부터 남쪽을 향해 시꺼먼 입을 벌리고 있다가 결국 대한민국에 포탄을 날린 그 해안포대 구멍을 왜 망가뜨리지 못하느냐라는 것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배가 맞았는데 항구를 폭격하라는 주문이 본질이 아니다.
북한 해안포의 시커먼 아가리는 벌써 한참 오래전부터 벌려져 있었다. 가끔 이 구멍에서 거대한 대포가 튀어나와 조준연습을 하는 것도 목격된바 있다. 우리 군은 적어도 지난 3월 천안함 사건 이후부터는 이 아가리가 언제 불을 뿜을지 모른다는 가정을 하고 정밀대책을 수립해 뒀어야 했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40km이상 나가는 고성능 포가 있다. 우리포대에서 해안까지의 거리는 16km 정도이기 때문에 미리 해안포대의 좌표를 찍어놓고 어떤 상황에서도 정조준하여 포대를 망가뜨릴 수 있는 기술을 쌓고 있어야 했다. 러시아의 군사책임자가 미국 펜타곤을 방문했을 때 한 기자가 펜타곤을 처음 방문한 소감을 묻자 “발걸음으로는 처음이지만 좌표상으로 나는 이곳을 오래 동안 매일 드나들었기 때문에 별로 낯설지 않다”고 말한바 있었다.
월남전의 두코전투에서 우리 포병은 적의 예상 침투로를 지도에 찍어 화점을 만들어놨다가 한밤중에 월맹군이 침투하자 그 화점대로 포격을 실시하여 대승리를 거둔 일이 있었다. 연평도 공격날 해상에 안개가 끼어서 표적을 잘 볼 수 없었다는 말도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K9포대가 작동하지 하지 못했다면 공군기를 동원하여 그 북한공격포대를 폭격하는 것은 당연하다. 공격포대에 대한 폭격이기 때문에 통킨만의 확전과 같은 확전은 아니다. 적이 우리를 죽이는데 적이 쓴 무기가 아니면 적을 죽여서는 안 된다는 논리가 어디 있는가.
전쟁은 두려운 일이지만 절대로 두려워해서는 전쟁을 이길 수 없다. 만일 앞으로 계속될 북한의 국지도발이 두렵다면 그 두려움을 없애는 방법을 충분히 국민 앞에 내놓고 설명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국제의존도가 73%이다. 우리의 국민총생산의 73%가 외국에 수출하거나 수입하는 경제로 채워지고 있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방어를 대한민국군 만이 해야 한다는 개념이어서는 안 된다.
K9포가 10마일 건너편의 적 포대를 뚫지 못한다면 뚫는 방법을 전 세계를 뒤져 찾아야 한다. 북한이 확전을 할 때 두려워해야 할 점을 찾아 미리 그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죽기 살기로 찾아야 하는 것이 국방을 맡은 책임자의 할일이다.
군인들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중대한 군사사태가 잇달아 일어나고 있는데도 청와대에 군사경험을 쌓은 군인참모들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은 매우 유감이다. 청와대에 고급군사참모를 증강하고 지금 대한민국이 세계로부터 받고 있는 존중과 기대를 지킬 수 있는 국방의 의지와 능력을 높여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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