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하진 여성가족부장관 “칼을 들고 엄마를 위협하는 그 모습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증오와 분노의 마음을 억누를 길이 없어 날마다 고통스럽습니다. 제 아버지이지만 죽이고 싶습니다”
이는 16세 아들이 어머니에게 가정폭력을 일삼는 아버지를 처벌해 줄 것을 호소하며 정부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글이다. 아직도 우리사회에서 단지 가정사로 치부해버리는 그 가정폭력으로 인한 가족들의 그 고통의 무게가 얼마나 큰 것임을 느끼게 한다.
지난 2004년 여성가족부 조사에 의하면 지난 1년간 부부간에 신체적인 폭력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가구가 6가구 중 1가구에 이르는 등 우리나라의 가정폭력 실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가정폭력은 가족 공동체 와해는 물론, 가족 구성원 개개인의 삶을 파괴시킨다.
가정폭력에 노출된 아이들은 사회·심리적인 문제나 행동발달상 문제에 직면하고 자라서 가정폭력의 가해자나 피해자가 될 확률 또한 높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가정폭력은 매를 맞는 배우자 뿐만 아니라 그 자녀들이 겪는 지옥과 같은 고통과 상처, 가정 파괴, 이에 따른 청소년 탈선 등 다른 사회적 문제를 유발하는 등 그 피해의 심각성은 이루 말 할 수 없다.
그러나 가정폭력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과 ‘가정폭력은 가족사가 아닌 사회적 문제’ 라는 인식은 매우 부족한 현실이다. 가정폭력은 가정 내에서 은밀하게 이뤄지는 경향이 있어 그 실상이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또 억압적인 상황아래 놓여 있어 가족 스스로 가정폭력 상태를 벗어나기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가정폭력은 외부의 개입 없이 해결할 수 없는 어려운 문제임을 우리사회가 공유해야만 한다.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시행된 지 올해로 9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가정폭력 피해자를 위한 소송비와 의료비 무료 지원, 피해자의 치료·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제공과 자활을 위한 직업훈련비 지원 등 피해자 지원을 위한 다양한 지원 제도들이 마련돼 있다.
올해부터 예방 차원의 조치로 각급 학교에서 해마다 가정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아이들에게 성장기부터 가정폭력 문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는 한편, 교사와 가정폭력 문제에 처한 아동 등에게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가정폭력 피해 가족에게 필요한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지난 7월3일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피해자의 임시조치 신청·청구 요청권을 신설하고 직접 피해자가 아닌 가정 구성원에 대해서도 접근금지 또는 접근제한 처분이 가능하게 됐다.
그러나 가정폭력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는 정부의 노력만으로 결코 줄어들 수 없다. 이웃과 지역사회 등으로부터 관심과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폭력 상황에 높인 가정들이 있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가족폭력이 국가의 근간이 되는 가족의 붕괴와 사회문제 야기, 그리고 우리사회를 이루는 소중한 공동체 구성원의 삶을 철저히 파괴하는 심각한 사회문제며 인권문제임을 깨달아야 한다. 정부 또한 지속적으로 미흡한 법적 제도적 부분을 보완해 나갈 것이다.
개인이 행복할 때 국가의 안정과 번영도 가능하다. 그러나 가정이 개인에게 지옥과 같은 고통을 삶을 주고 스스로 벗어날 수 없는 환경 속에서 우리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하고 있다면 우리의 책임이 아닐까. 혹시 우리의 무관심이 “제 아버지이지만 죽이고 싶습니다”라는 16세 어린 소년의 그 지옥과 같은 고통을 방치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며 가슴이 저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