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우수사례 1부 더불어, 함께! 대구 중구보건소 방문간호사 이현정 2009년 무더위가 한창인 7월 여름날, 방문간호사가 되어 처음으로 방문가방을 어깨에 둘러메고 지도를 들고 길을 나섰다. 가만히 있어도 땀은 줄줄 흐르고 번지는 꼭 찾아갈려는 번지만 빼고 다 있고.. 그렇게 동네를 몇 바퀴나 돌고서야 찾은 집은 길목 끝 어느 작은 단칸방이었다. “할머니 계세요??” 낯선 대문을 두드리자 인기척과 함께 문이 열렸다. “바쁘면 안와도 되는데...” 하면서도 할머니는 손을 잡으며 반겨 주셨다. 내가 담당한 동네가 몇 개월간 공석인 탓에 할머니에 대한 기초조사를 다시 시작하였다. 고혈압을 앓고 있어 혈압을 재고 투약 설명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중 할머니가 대인기피증과 약간의 우울증 소견을 보이는 것을 발견했다. 사람들과의 왕래도 거의 없는 지내시는 할머니는 아들내외와 함께 살다가 며느리와 마음이 맞지 않아 나와 산 지 몇 년이 됐었다고 하셨다. 그리곤 갑자기 웃옷을 걷어 올리더니 “내가 이래돼서 사람들도 못 만나고..그만 죽고 싶어...“ 라고 말씀하셨다. 왼쪽 배에 작게 휴지가 돌돌 말려 있는 것은 인공항문이 있었다. “어머, 할머니..언제부터...” 나는 깜짝 놀라 말을 흐렸다. 지난 3월 할머니는 대장암 진단을 받았고 결장루 수술을 하신 상태였다.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아 냄새도 많이 나고, 피부도 손상되어 있었다. 수술 후 여러 차례 장루백 교환에 대해 교육을 받았으나 보기도 만지기도 싫어하시는 할머니는 언제부턴가 인공항문에 대한 적절한 관리 없이 그저 휴지로 덮고만 계셨다. 우선 달라붙은 휴지조각을 떼어내고 상처난 피부에 연고를 바르고 장루백을 붙였다. 소아과에서의 임상경험이 전부인 나는 결장루 관리에 대해서는 학교에서 배운 지식이 다였던지라 부끄러운 마음에 바로 의료기 상사에 들러 결장루술 교육을 담당하시는 간호사 선생님께 전반적인 결장루술 관리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교육을 하시는 선생님은 내가 담당한 할머니를 알고 계시다며 10회 이상 교육을 받고 혼자서 충분히 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본인 스스로 하기를 꺼려하셔서 그렇게 지내시는 거라 말씀하셨다. 다음날 다시 할머니집에 방문하였다. 여전히 불쾌한 냄새가 났으며 인공항문에는 검은 비닐봉지위에 스카치 테이프를 붙여 고정시켜 놓으셨다. 우선 집안을 환기 시킨 뒤 우선 모든 일에 무기력하신 할머니께 의욕을 갖고 혼자 장루관리를 하려는 의지가 제일 중요함을 강조한 뒤 천천히 장루백 교환법에 대해 설명 드렸다. 순서대로 연고통에 번호를 크게 적고 1번 바르고 2번 바르고... 그렇게 마지막으로 장루백을 달려고 하는데 인공항문에서 배설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당황하셨는지 휴지를 꺼내 얼른 배설물을 닦아내기 시작하셨다. “미안해...미안해...” ”내가 죽어야 되는데 아직 안 죽어서 고생만 시키네...” 역한 냄새에 나도 모르게 시선을 피해 버렸던지 할머니는 연신 미안하단 말씀을 하셨다. “괜찮아요, 할머니” 그렇게 마지막으로 장루백을 달고 나자 할머니께서는 눈물을 흘리시며 고맙단 말씀을 하셨다. “내가 언제 변이 나올지 몰라 밖에도 못나가고 밥도 못 먹겠어” 하시며 눈물을 훔치셨다. 사람이 그립다고 말씀하시는 할머니는 “내가 돈을 좀 줄테니 자주 와서 좀 해주면 안될까?? 말동무도 하고....” 하셨다. “할머니..저 할머니한테 돈 안받고 자주 올께요..” 하면서 집을 나서는데 안쓰러운 마음에 괜시리 화가 났다. 얼마나 사람이 그리우면 올 때마다 돈을 주겠다는 말씀을 하실까... 그렇게 교육을 받으시고도 검은 비닐봉지에 테이프로 붙여두셨던 건 아마 할머니 자신이 상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아서였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몇 번의 설명과 시범을 보인 뒤 처음으로 할머니 혼자서 장루백을 교환한 날 집 앞에 있는 경로당으로 할머니를 모시고 갔다. 다행히도 다른 할머니들께서 어딜 다녀 왔길래 이렇게 안 보였냐하며 반겨주셨다. 밝게 웃으시며 다른 할머니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보니 정말 우리 할머니인 것처럼 너무 기쁘고 감사했다. 이제는 어느덧 혼자서 장루백을 교환하며 엊그제는 친구분들과 팔공산에 다녀왔다며 자랑을 늘어놓는 할머니는 정기적으로 하는 경로당 운동프로그램에도 참여하며 제2의 인생을 찾으셨다며 늘 고마워하신다. 처음이 어렵지 하고나면 아무것도 아니라며 이제는 다 잘 할 수 있다고 말씀하시는 할머니... 할머니로 인해 내가 배운 것이 더 많다. 사람에 대한 소중함과 사소한 것 하나에도 늘 감사함을 안고 살아야겠구나하는 마음가짐.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배워가는 나는 무엇보다도 삶에서 가장 뜻 깊은 보람을 안고 매일 방문가방을 들고 길을 나선다. 매일 와줘서 고맙다고 말씀하시는 할아버지, 할머니... 제가 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