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경철 교육과정평가원 초빙연구위원 현재 초·중등학교 체육·예술 교과 평가 기록 방식은 학교에 따라 다르다. 초등학교는 평가 결과를 특기사항을 중심으로 문장으로 기술하며, 중학교는 수, 우, 미, 양, 가의 5단계 및 학년 석차로 기술한다.
고등학교는 원점수, 평균, 표준편차 및 상대평가를 적용한 9등급제로 기술한다. 그리고 이러한 평가 기록 방식은 특별활동 및 고등학교의 교양과목을 제외한 모든 과목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최근 교육인적자원부는 체육·예술 교과에 대한 평가 기록 방식을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이에 대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개정안을 발표했다. 초등학교는 변함이 없고, 중학교와 고등학교 모두 석차 및 원점수 기록을 폐지하고 3등급 절대평가 기록 방식을 개정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개정안에 대하여 찬반 의견이 현저하게 엇갈리고 있다. 체육·예술 교과 전공 교사들과 교수들은 개정안 도입은 체육·예술 교과의 교과 체계 내에서의 위상을 추락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 체육·예술 교육의 황폐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하게 반대한다.
그러나 체육·예술 교과 이외의 다른 교과 전공 교사들과 교수들, 교육과정이나 교육평가 등 교육학 일반 전공 교수들, 그리고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개정안의 교육적 효과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들이 개정안을 찬성하는 이유는 대개 다음의 세 가지 이유로 집약된다.
첫째, 현행 석차, 원점수 및 9등급제 평가 기록 방식은 체육·예술 교과 본래 특성에 내재하는 교육적 목적 달성을 어렵게 한다는 점이다. 체육·예술 교과의 본질적 교육목표는 학생들로 하여금 각자의 고유한 감정과 정서를 독창적이며 자유롭게 표현함으로써 개성과 창의력을 신장하며, 그렇게 함으로써 풍부하며 질 높은 삶을 영위하게 하는 데 있다.
현행 원점수와 석차 같은 강력한 객관식 상대 평가 기록 방식은 학생들의 자유로운 자기 표현을 심하게 억제하게 함으로써 체육·예술 교과의 본래적 교육 기능을 질식시킨다는 것이다.
둘째, 현행의 평가기록 방식은 개정된 방식에 비하여 평가의 타당성과 신뢰성이 낮다는 점이다. 체육·예술 교과의 주된 교육목표는 자유로운 자기표현을 통한 신체와 정서의 발달이며, 개성과 독창성의 함양이다.
이렇게 개인의 주관성이 강조되는 교과의 경우, 학년 석차나 원점수와 같이 무리하게 세분화된 평가기록 방식은 평가의 타당성과 신뢰성을 상실하게 한다. 이런 경우는 100등급, 50등급, 10등급 등의 ‘세분화된 등급’보다는 상, 중, 하 또는 ‘잘함’, ‘보통’, ‘미흡’ 등과 같은 ‘대강화된 등급’이 오히려 평가의 타당성과 신뢰성을 보다 높은 수준으로 확보하게 한다는 것이다.
셋째, 교육의 본질적인 측면은 아니지만 개정안에 제시된 방식은 학생들의 학습부담을 완화하고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을 축소하는데 부분적으로 기여한다는 점이다. 물론 현행과 같은 입시제도 하에서 학습 부담을 강하게 느끼게 하는 과목들은 국어, 영어, 수학 중심의 주지교과들이다.
그리고 사교육비에 대한 부담도 대개의 경우 이 교과들에 대해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개정안의 도입되는 경우 어느 정도의 학습 부담과 사교육비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인 것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위와 같은 찬성 근거들에 대하여 동의한다. 그러나 본 개정안의 내용을 찬성한다고 해서 개정안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의견이 전적으로 잘못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들의 염려대로 본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학교 현장에서의 체육예술 교과의 수업은 어느 정도 힘들어질 것이다. 지금까지 ‘입시’라는 외적 압력에 의해서만 공부하는 것에 길들여온 우리의 학생들이 그러한 압력이 완화된 교과목에 대한 공부를 상대적으로 소홀히 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체육·예술 교과에 대한 입시압력을 다소 완화시키는 것이 체육·예술 교과의 교육적 중요성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해석되어서는 안되며 학교 교육의 현장에서 그러한 결과가 실제적으로 초래되는 일은 더더욱 안 될 것이다. 평가기록 방식의 개정은 체육·예술 교과의 가치를 폄하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교과 본래의 가치를 보다 높은 수준으로 구현하자는데 근본적인 취지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개정안이 무리 없이 시행되기 위해서는 체육·예술 교과의 본질적 목표들이 보다 높은 수준으로 달성되는 데 필요한 다양한 조건들이 동시에 충족돼야 한다. 교육부는 이번 개정안과 동시에 체육·예술 교육 내실화 중장기 정책들을 발표했다.
이러한 정책들을 실현하기 위해 금년부터 5개년 간 1000억을 투자하여 인성과 문화적 창의성 교육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학습 환경 개선에 획기적으로 재정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러한 체육·예술 교과 내실화 방안과 재정 투자가 강도 높게 추진될 때 본 개선안도 실효를 거두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