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국제핵융합실험로에 투자하는 이유
  • 편집국
  • 등록 2007-05-10 17:28:57
기사수정
  • 12년 노력 끝에 에너지 자립의 꿈을 현실로
 
인류는 조만간 에너지 자원의 고갈 위기를 맞을 것이라 한다. 석유가 그렇고 천연가스도 그렇다. 좀 멀기는 하지만 석탄도 무한하지는 않다. 세계 각국이 석유 등 기존 에너지 자원의 확보를 위해 전쟁도 불사할 만큼 치열하게 경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대체에너지 개발을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에너지에 관한한 우리의 실정은 더욱 절박하다. 석유소비 세계 7위, 전력소비 세계 12위에서 보듯이 세계 10대 에너지 소비국에 속하면서도 97% 이상을 해외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에너지 빈국이기도 하다.

일례로 2005년도 기준 우리의 에너지 자원 수입액은 667억 달러에 이른다. 이는 우리나라 총 수입액 2612억 달러의 25.5%에 달하는 규모이다. 안정적인 에너지 자원의 확보와 새로운 에너지원의 개발이 국가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절실한 상황이다.

에너지 고갈 위기 해결책의 하나로 핵융합에너지가 주목받고 있다. 연료가 무한한 데다 온실가스 배출이나 고준위의 방사성 폐기물이 발생하지 않는 친환경의 청정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실로 꿈의 에너지가 아닐 수 없다.

이 꿈의 에너지는 오랫동안 꿈으로만 남아 있다가 이제는 서서히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1968년 러시아 사하로프 박사의 토카막이라는 장치 개발로부터 촉발된 눈부신 과학기술의 발전 덕분이다. 그리고 그 첫 단추이자 어쩌면 마지막 단추가 바로 국제핵융합실험로 즉, ITER(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이다.

ITER 프로젝트는 한국, EU,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인도 등 세계 초강대국들이 모여 2015년까지 핵융합실험로를 공동으로 건설하고, 핵융합에너지 실용화를 위한 공학적, 기술적 실증실험을 수행하는 지상 최대의 국제공동연구개발사업이다. ITER의 성공이 곧 핵융합에너지 상용화를 약속하게 되는 것이다.
 
핵융합에너지의 상용화를 실증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비용과 시간 그리고 전문인력의 참여를 필요로 한다. 아무리 초강대국이라 할지라도 한 나라가 독자적으로 수행하기에는 너무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반면 ITER는 이러한 재정적, 시간적 부담을 여러 나라가 분담해 세계의 핵융합 석학들을 한자리에 모아 핵융합 발전 상용화를 향해 공동 노력하는 프로젝트이다. 따라서 그 성공가능성이 크게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핵융합 분야의 후발 국가인 우리나라의 경우에 여기에 참여하는 것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을 것이다.

ITER 프로젝트는 단순히 분담금 지불의 약속만을 전제로 가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핵융합 분야에서 충분한 연구역량과 경험을 보유한 국가에만 제한적으로 참여가 허용된다. 미국·EU·러시아·일본·중국·인도 등 ITER 참여국들의 면면을 보더라도 모두가 세계 초강대국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참여국들의 인구는 35억명에 달하고 2005년도 기준 GDP를 모두 합하면 34조 달러가 넘는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나라의 ITER 참여는 지난 1995년 이후 꾸준하게 축적해온 기술력과 연구개발성과를 국제적으로 검증받았음을 의미한다. 특히 2006년 10월 KSTAR(Korea Superconducting Tokamak Advanced Reactor, 차세대 초전도 핵융합 연구장치) 국제자문회의에 참석했던 미국 프린스턴대 물리연구소 소장 Robert J. Goldston 교수는 KSTAR의 가치와 의미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 KSTAR는 핵융합 에너지의 발전, 과학과 기술 영역에서 한국의 강한 중심점 역할을 제공하는 거대한 잠재력 지닌 장치이며, ITER 뿐만 아니라 DEMO 실증로에 크게 공헌할 것으로 기대한다... "

우리나라가 ITER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았을 경우, 핵융합에너지 상용화를 통한 에너지 자립의 꿈은 그야말로 꿈에 머물러 있을 지도 모른다. 이 점은 ITER 프로젝트 수행과정에서 발생한 원천기술의 활용원칙을 살펴보면 보다 명확해 진다. ITER는 참여국에 대해 핵융합 원천기술의 활용을 동등하게 개방하면서도 비참여국에 대하여는 모든 참여국의 동의를 전제로 하는 등 높은 장벽을 두고 있다. 결국 비참여국은 핵융합 원천기술의 활용이 극도로 제한되어 참여국들의 동의가 없으면 영원한 기술종속국의 위치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혹자는 우리나라의 ITER 참여가 ‘재원의 분담만을 조건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닌가?’라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ITER 참여는 결코 우연한 결과가 아니다. 오히려 1995년부터 차세대 초전도 핵융합 연구장치인 KSTAR 개발을 시작으로 12년 간 끊임없이 노력해 온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KSTAR 사업은 여러 가지 면에서 ITER 프로젝트 참여를 전제로 추진됐다. 우선 기본계획에 KSTAR 개발의 제1목표로 핵융합 개발경험을 토대로 핵융합 선진국들과 동등한 기술자격을 확보하여 ITER 프로젝트에 당당하게 참여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KSTAR 장치의 ITER 프로젝트와의 연관성을 높이고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ITER 사양을 그대로 적용한 초전도 자석 토카막 장치로 설계·제작했다.

결국 KSTAR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고, 이를 통해 축적한 설계 및 제작능력을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었던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가 가입을 결정한 2003년 당시에는 EU, 일본, 미국 등이 ITER 사업에 15억 달러 규모로 선행투자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축적된 개발역량 덕분에 선행투자에 대한 분담금 제공 없이도 참여할 수 있었다.

ITER 프로젝트에 참여할지 여부에 대한 결정은 재원의 투입규모나 향후 파급효과 등을 고려할 때, 신중에 신중을 기해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도 이점을 항시 염두에 두어 왔다.

우선 1995년 KSTAR 개발을 착수하는 단계부터 산학연 전문가 의견수렴을 거쳐 ITER 사업 참여를 고려한 기획보고서를 작성하고, 이 내용을 담은 국가핵융합연구개발 기본계획을 정부 및 전문가가 참여하는 국가핵융합위원회에 상정·확정한 바 있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ITER 참여가 가시화되는 2003년부터는 정책연구를 수행해 광범위한 조사 및 산학연 의견수렴을 실시했다.

ITER 프로젝트 참여를 국가계획으로 확정하여 책임있게 수행하기 위한 제도적 절차도 차질없이 진행해 왔다. 2003년 6월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참여를 최종 확정하고,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ITER 프로젝트 참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기본계획도 마련했다. 금년 4월에는 ITER 공동이행협정의 국회비준 동의가 이루어짐으로써 범국가적 차원의 확고한 ITER 프로젝트 참여의사가 확인된 바도 있다.

미래 에너지원으로써 핵융합에너지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우리의 ITER 프로젝트 참여 필요성이 아무리 강조되더라도 정부의 재정부담은 가볍게 볼 수 없다. 일상의 정부예산 편성과정에 더해 국회의 비준 동의절차를 따로 둔 근본 이유 중 하나도 이러한 정부부담 결정을 보다 신중히 하기 위해서였다.

정부도 상향식 및 하향식 검토방법을 병행하고, 한국전력,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과 같은 전문기관을 활용하는 등 ITER 프로젝트 참여비용 분담의 타당성과 적정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 왔다. 아울러ITER 프로젝트 참여를 위해 소요되는 분담금 전체가 곧 국가재정의 해외유출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대해서도 이해를 구하고자 한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의 심층분석에 의하면, 우리나라가 2015년까지 10년간 ITER 건설기간에 분담하기로 되어있는 총 재원규모는 8767억원에 이르나, 이중 78%인 7337억원은 결국 ITER 조달품목 제작을 담당하게 될 국내 산업체에 제공된다. 즉 78%의 재원은 우리의 산업체에 제공되어 국내 기술개발과 관련산업의 발전을 위해 활용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ITER 프로젝트 참여에 따른 관련 산업의 생산유발액 규모도 총 8056억원이 된다고 한다. 건설기간 동안 연평균 732억원에 이르는 적지 않은 규모이다. 핵융합 전문연구기관인 핵융합연구센터의 추정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가 ITER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 해외로부터 수주받을 수 있는 재원규모도 15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난다. 결국 우리나라의 총 분담금 보다 1000억원을 상회하는 이득이 돌아올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ITER는 라틴어로 ‘길’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ITER가 국가에너지 자립을 앞당기는 ‘길’이 되고, 나아가 국가에너지 안보를 보장하는 ‘길’이 되기를 희망한다. 극동의 작은 나라 한국이 인류의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해 초강대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국민들에게는 커다란 긍지와 자부심을 줄 것으로 확신한다.

우리나라가 머지않은 장래에는 지금까지 한정된 에너지를 소비하기만 하는 국가에서 새로운 에너지를 창조하고 생산하는 에너지 생산국이 되어 명실상부한 21세기 에너지 종주국으로 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TAG
0
FMTV영상뉴스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기획특집더보기
주간포커스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