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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큰 고통은 남에게 말 못하는 고통이다
말 못하는 고통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탈무드에 나오는 얘기이다. 작년에 한 개그맨이 부친상을 당하고도 녹화를 펑크 낼 수 없어서 연기를 했다는 뉴스를 봤다. 프로정신이라고 칭찬을 받았지만 울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다른 이들을 웃겨야만 했던 그 심정은 어떠했을까? 또 씩씩한 캔디이미지로 인기를 얻은 연예인이 쉽게 자신이 힘들다고 표현 할 수 있을까?
우울증으로 상담을 온 분들에게 먼저 하는 조언중 하나가 "꼭 진료실이 아니 더 라도 가까운 사람에게 힘든 얘기를 충분히 털어 놓으세요"라는 얘기다.
누구나 속에 감춰왔던 걸 다 털어놓고 나서 속이 시원하다고 느낀 경험이 있을 것 이다. 정신과 용어로 환기(ventilation)라고 하는데, 창문을 열어서 답답한 공 기를 시원한 공기로 바꾸듯이 감춰졌던 스트레스를 겉으로 드러내고, 대화를 통해 스트레스 상황에 적응력을 키우는 것이다
친구와 만나서 수다를 떨거나, 전화기로 연인에게 하소연하는 것처럼 누구나 자연 스럽게 스스로를 치유하기 위해하고 있는 일을, 연예인이라는 것과 실제의 자신 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이미지 때문에 스스로를 감옥에 가둬두고 말 못하는 벙 어리 신세로 살게 된다.
◆ 정신과진료에 대한 편견
속담에 병은 자랑해야 된다고 했다. 숨겨서 병을 키우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해야한다는 면에서 우울증의 경우에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 자리 잡고 있는 정신과에 대한 편견은 우울증 치료를 가로막는 또 하나의 벽이다. 우울증으로 외래를 찾는데 평균 3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는 한 조사결과는 우리사회에 정신과에 대한 선입견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를 보여준다.
다른 사람들도 이러한대, 실제의 자신보다도 이미지를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연예인의 경우, 그 벽은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정신과를 다닌다는 사실만으로도 자신의 이미지에, 인기에 큰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불안이 상담을 망설이게 한다.
얼마 전 공황장애로 정신과 치료 받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남한테 피해를 주는 것도, 부끄러운 것도 아니다. 정신과치료를 두려워 말라'고 당당히 얘기한 가수 김장훈 씨처럼 정신과에 대한 사회적 선입견이 바뀌어야할 때다.
◆ 자살에 이르는 심리
연예인들은 대중의 사랑과 인기라는 자신이 컨트롤 할 수 없는 것들에 의해 계속 부침을 겪게 된다. 그 고통이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정도까지 이를 때에도 그간 쌓아놓은 이미지라는 벽과 정신과라는 부담에 적극적인 치료까지 빨리 결정하지 못한다. 또 악플과 비방으로 인한 분노까지 더해지면 우울증이 심할 때 극단적인 선택으로 자꾸 몰고 가게 된다. 절망감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심해지고, 현재의 고통을 탈출하고 싶은 욕구가 자살을 떠올리게 할 때, 결국 자살을 구원으로 잘못 생각하게 된다.
◆ 마음의 감기'우울증의 치료
자살에 대한 기사는 지나친 경우 그 자체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강한 자극이 될 수 있다. 마치 현장을 보여주는 듯 한 기사와 자살원인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온갖 추측성 보도들은 지양되어야한다. 죽음이라는 가장 존엄한 순간만큼은 아무리 연예인이었어도 지켜져야 되지 않을까? 남은 가족들, 그리고 그 연예인을 사랑했던 많은 이들이 받을 상처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자살에 대한 잘못된 오해중 하나가, '자살할 사람은 자살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는다'라는 얘기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자살시도 전에 죽고 싶다는 얘기를 가까운 사람들에게 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정말 못 견디겠다. 날 좀 제발 도와달라는 외침이다. 그 외에도 소중히 여기던 물건을 갑자기 준다거나, 신변을 정리하거나, 술이나 약물에 심하게 의지하는 모습 등 평소와 다른 신호들을 보인다. 이때 가볍게 여기거나 무시하지 말고, 진심으로 얘기를 들어주고 전문가를 만나 도움 받을 수 있게 설득해야 된다.
자살시도의 80%에서 우울증이 원인이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우울증을 비유할 때'마음의 감기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독감을 앓을 때처럼 어떤 중병보다도 더 힘들게 느껴지지만, 잘 치료하면 감기처럼 후유증 없이 지나갈 수 있는 병이 우울증이기 때문이다.
WHO의 보고에 의하면 2020년에는 우울증이 전체 질환중 발병률 1위가 된다고 한다. 그럼에도 아직 우울증으로 치료받는다고 하면 색안경을 끼고 보는 이들이 더 많다. 우울증과 정신과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이 없어지고, 외국의 예처럼 우울증을 극복한 연예인들이 자신의 경험담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사회적분위기가 조성되고, 정신과 전문의를 찾는 연예인들이 이미지손상을 걱정하지 않게 되는 날이 빨리 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