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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주도권은 우리에게 있었다
  • 김정현 기자
  • 등록 2007-04-02 12: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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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욕타임스 “한국의 일방적 주장만 받아주고
‘한국에게 유리한 일방적 협상’(“one-way street” in Seoul’s favor)

한미 양국이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48시간 연장하기로 한 31일 뉴욕타임스는 협상 연장 소식을 전하면서 미국 민주당 의원들이 지난달 28일 ‘한국의 일방적 입장만 받아주고 있는 현재 협상 전략에 중대한 수정이 필요하다’는 서한을 보냈다고 소개했다. 이 신문은 “한미FTA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의 협상 모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부시 정부가 최종 합의 도출을 위해 애를 쓰고 있다.(struggled to complete a deal)"고 전했다.

미 언론, ‘한국에 끌려 다닌다’ 불만

미국 언론의 반응을 보면 그동안의 협상이 얼마나 우리에게 실속협상이었는지를 간접적으로 알수 있다. 한미FTA 협상에 반대하는 국내 일부 단체들이 협상의 실제 내용에 대한 제대로 된 손익계산 없이 ‘퍼주기 협상’이라는 주장을 해왔지만, 정작 미국에서는 '한국에 끌려 다닌다'는 불만이 나왔었다.

미국 정부가 협상 타결을 위해 애쓰고 있다는 외신 보도를 보면 협상연장이 ‘굴욕’이라는 일부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 없고 옹졸한 것이었는지 실소를 짓게 된다.
 
“실익 많은데 자랑할 수도 없고…”

경제적 실리와 국익 극대화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막바지까지 우리 협상 대표단의 일관된 ‘원칙’이었다.

그런데 협상장 밖에서는 협상의 구체적 내용에 대한 이해보다는 여전히 ‘양극화 확산, 농민피해, 일방적 퍼주기’라는 비논리적인 구호와 억지 주장 속에 파묻혀 있다. 지난 1년여 동안 힘겨운 마라톤 협상을 벌이고 이제 그 결실을 맺은 협상단은 안팎의 오해에 속을 태웠다.

‘포커 페이스’라는 말이 있듯 통상협상은 항상 상대에게 패를 보여주지 않기 위해 속내를 감추기 마련이다. 많은 실익을 챙겨도 스스로의 입으로는 말 할 수도 없고 오히려 손해가 많이 난 듯 협상에 임해야 한다.

“타결 내용을 보면 우리에게 유리한 경제적 실익이 많은데 이걸 협상 중에 다 자랑할 수도 없고...” 협상의 구체적 내용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졸속’ ‘퍼주기’ ‘굴욕’ 등의 선동적 구호가 난무했던 데 대해 협상단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토로했다.

우리가 무엇을 얻어냈는지 구구절절 내놓을 경우 상대에게 약점을 잡힐 수도 있고 전략을 노출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최종 협상이 끝날 때까지 속내를 감추며 말을 극도로 아끼고 있는 것 뿐인데, 이를 협상반대를 위한 빌미로 역이용한 것이다.

한미FTA를 반대하는 단체들은 우리가 무엇을 내줬는지에만 돋보기를 들이댈 뿐 그것을 내주고 더 큰 무엇을 얻어냈는지는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경제적 실리와 협상 이익의 균형 차원에서 협상을 진행해 왔고 이번 협상에서도 이런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국익의 극대화를 최우선 목표로 이번 협상에 임하고 있다”(김종훈 수석대표)고 수차례 강조해도 자신들의 이데올로기적 주장을 고집하며 협상 성과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
 
막판까지도 주도권은 우리 협상단에

자동차· 섬유· 농업 등 마지막 잔여 쟁점이 남아있는 막바지에서 협상이 연장될 정도로 진통을 거듭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오히려 그동안 협상단이 일부의 편견과는 달리 호락호락 하지 않고 얼마나 철저하게 끝까지 우리의 이익을 꼼꼼하게 챙겼는지 방증한다.

협상장 주변에서는 마지막 통상장관급회담에서도 주도권은 우리측이 쥐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의도와는 달리 쌀은 처음부터 끝까지 협상 의제로 전혀 다뤄지지 않았다. 우리가 경제적 실익과 국민적 관심이 큰 분야에서는 ‘마지노 선’을 그어놓고 미국측을 몰아붙였며 ‘48시간 협상연장’도 이같은 분위기의 연장선상에서 미국측이 미 정부와 의회와의 조율을 통해 합의 된 사항이라는 관측이었다.

이 때문에 몇차례 밤샘 협상과 긴 체력전으로 지친 와중에서도 막바지에서도 우리 협상단의 표정은 상당히 밝았다. “(섬유분야에서) 미국측이 상당히 진전된 양허안을 새로 내놨다. 논의가 효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이재훈 산자부 제2차관) “남은 품목에서 우리가 꼭 지켜야 할 것들을 미국에 얘기했고 현재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배종하 농림부 국제농업국장)

협상단이 취재진들의 질문공세에 내놓는 한마디 한마디에도 이런 분위기가 묻어났다. 총성 없는 전쟁이라는 통상협상의 피 말리는 싸움에서 ‘벼랑끝 전술’을 펴고 있는 우리 협상단이 막판 강도높게 밀어붙이고 있어 미국측이 당황하고있다는 전언도 들렸다.
 


한미 간에 협상이 48시간 연장되기 직전까지의 ‘성적표’를 들여다 보았을 경우에도 그 성과가 어느 정도인지 이미 알 수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상품무역 분야에 있어서 두나라의 관세 즉시철폐비율은 우리측이 품목수 기준으로 85.2%(수입액 기준으론 79.1%), 미측이 85.4%(66.5%)로 개선됐다. 미국으로 수출되는 우리나라 상품에 대해 상품가액의 0.21%씩 부과하던 물품취급수수료(총액 연간 500억원 가량)을 철폐하기로 했다.

통관 분야 협상 최종 타결로 그동안 우리 기업이 미국에 물품을 수출할 때 5일이나 걸리던 통관절차가 48시간 이내로 대폭 간소화되고 빨라진다.특송화물 4시간 반출 등도 도입됐다. 산업계에서는 “수출기업 최대 애로사항을 풀었다”고 평가한다.

무역구제 분야에서도 무역구제협력위원회라는 정기적인 대화채널이 마련될 경우 반덤핑 조사 시작 전에 사전 협의를 하고 두 나라가 합의할 경우 조사를 중단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우리 수출 기업의 최대 ‘공포’인 반덤핑 조치의 실질적인 감소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정부조달 부문 협상타결로 미국 조달시장 진입 장벽이 제거돼 우리 기업이 만든 제품이 한 해 3400억 달러(304조원)에 이르는 미국 연방정부의 조달 입찰에 얼마든지 참여해 당당히 경쟁하고 진출할 수 있게 됐다. 우리 중소기업이 만든 품질 좋은 의자나 사무기기 등이 우리보다 시장규모가 18배나 큰 미국 조달시장에서 미국 기업 제품과 똑 같은 기준에서 경쟁해 미 연방정부 기관의 물품으로 쓰이는 셈이다.

또 수의사· 건축설계사· 기술사 등 전문직 자격의 상호 인정을 추진하기로 해 전문직 종사자들의 대미진출 확대 기반을 마련했다.

공공서비스 분야도 미국측은 19개 조치만 유보한 반면 우리측은 92개 조치를 협상에서 제외시켜 공공성이 강한 부분에 대한 보호를 지켜냈다.

한미 두 나라가 서로를 FTA 상대로 선택할 때 기대했던 성과를 모두 얻었는지는 협상 결과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면 보다 명확해질 것이다. 하지만 이번 협상의 단기적 효과뿐만 아니라 장기적 실익까지 감안할 경우 ‘실속 있고 가치 있는 협상’이라는 성과는 더욱 분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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