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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희생과 봉사가 아닌 성숙과 성장의 시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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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17-10-30 09: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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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복무요원 이야기 3]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용식(29) 씨

사회복지분야에 “Soft Landing”

 지난해 12월 중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입사하여 현금급여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저의 대학교 전공이 전자공학이다 보니 입사 초기 주위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 “왜 전공분야와 다른 사회복지분야로 진로를 정하게 되었느냐?”였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제 가치관과 맞는 회사인 것 같아서 입사지원 했습니다.”라고 말씀드립니다. 식상하게 들릴 지도 모르는 뻔한 제 대답에도 이곳 선배님들만큼은 “그럼 여기로 잘 온 것 같다.”고 반겨주십니다.

 

 대학생활 동안 저 나름대로의 진로탐색의 기준은 ‘어떤 회사가 편하게 일할 수 있는지, 어떤 회사가 돈을 많이 주는지’수준이었고 내내 그런 고민만 했던 것 같습니다. 채용시즌이 다가오면서 그동안 취득했던 자격증, 어학성적표, 표창장을 엑셀 도표에 정리해서 스무 살 이후에 경험한 것들을 쭉 나열해 봤습니다. 2주 해외봉사나 2개월 학습캠프, 1년간의 여성가족부 서포터즈보다 더욱 눈이 가던 이력은 ‘2010~2011 사회복무요원 복무’였습니다.

 

 가장 오랜 기간이기도 하고, 힘도 들었지만 구민복지를 위해 일했던 가장 의미 있던 시간이었기에 제게 남다르게 다가왔습니다. 그런 생각들이 꼬리를 물다가 복무 당시 느꼈던 보람들을 잊지못해 결국 사회복지분야로의 취업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한 직장에서 20년 이상 근무하게 될 텐데 한 평생 이 분야에서 일하는 것만으로도 참 가치 있는 삶이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은, 구청 주민생활지원과에서의 사회복무요원 경험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소외되고 병든 국민들을 위해 일한다는 점에서 가치관과도 딱 맞고 지금 저의 직장인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의 근무만족도는, 다른 회사를 다니고 있는 주위의 친구들보다 월등하다고 자부합니다. 회사 업무가 늘 새로울 수 없고 특히 본인이 희망하는 업무만 주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단순 반복되는 일상도 많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국민의 건강과 복지를 책임진다.’는 일의 보람을 매일 느끼며 남다른 자긍심도 가질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군 대체복무 기간에서 저는 대구 북구청 주민생활지원과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서 기초생활수급자 생계급여 및 장학금, 사회복무요원 급여 등 각종 지원금 지급 업무를 담당하였습니다. 특히 금전과 관련된 업무인 만큼 지급-확인-사후관리 등의 절차에서 신속성과 정확성은 물론 민원서비스에 임하는 태도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현재 저의 업무인 국민건강보험공단 일과도 유사해, 현금급여 업무에 매우 쉽게 적응할 수 있었고, 민원응대 요령도 쉽게 그리고 훌륭하게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친절한 안내와 민원 서비스로 최근에는 ‘이달의 BEST직원’으로 선정되는 기분 좋은 일도 있었습니다. “민원인을 상대로 설득이나 설명하려 하지 말고 일단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공감해주라.”는 사회복무 당시 담당과장님의 조언을 이곳에서도 늘 되새기며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희생·봉사 아닌 성장의 시간으로” from 직무교육

 구청 주민생활지원과에 행정보조업무를 담당하면서 사회보장서비스에 대해 하나씩 알아가고,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이해하게 된 점은 제게 꽤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습니다. 일찍이 스무 살이 되자마자 ‘난 이제 어른이야!’ 라는 인식을 하면서도 내심 사회시스템에 대한 지식이나 인간관계를 포함하는 사회생활에 한참 부족한 ‘몸만 커진 하드훼어 어른’이었습니다. 결국 구청이라는 작은 조직에서도 스스로 많이 부족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행히 근무지 배치 후 2달 무렵 사회복무요원 직무교육통지서가 저를 도우러 왔습니다.


 어떤 근무지든 누군가 교육받을 수 있는 공간 및 시간이 없고 당장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으로서 일정 수준 이상의 학습이나 이론적 정립이 불가능하였기에 사회복무교육센터라는 별도의 공간에서의 체계적인 교육은, 복무생활에 있어 조기적응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잘 짜여진 커리큘럼 중에는 관련 이론 및 실습을 통한 학습 뿐 아니라 사회생활의 기초적 소양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특히 사회복무요원 간 소통을 통해 나름대로의 적응 방법을 함께 모색해 보기도 했습니다. 또한 전문강사 및 교수님들의 현실적인 조언을 통해서는 ‘우리도 2년 충분히 잘 해볼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고, 사회복무요원의 복무 현실에도 진정성 있게 관심을 가져주는 모습에서 개인적으로는 ‘확실한 내 편이 있구나.’하는 안정감도 느꼈습니다.

 

 직무교육을 통해 얻은 것 중 가장 큰 것은 ‘복무기간 내내 어떤 생각과 태도로 임해야 하는가?’에 대한 제 스스로의 정체성 확립이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일을 내가 대신 해 준다.’가 아니라 ‘더불어 사는 법을 통해 나의 능력이 증대되고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되는 성장의 시간’으로 인식이 바뀌었습니다. 저는 훨씬 더 밝아지고 스트레스 없는 복무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사무실 내에는 100여명이 함께 일했는데 전자공학을 전공한 죄(?)로 크고 작은 컴퓨터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호출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전공은 전공이고 경험은 경험인지라 그때마다 머리를 짜내 해결방법을 찾아 도움을 드리려 애쓰다 보니 저 자신의 컴퓨터 활용능력이 어느새 전문가 수준으로 발전해 있었습니다.

 다른 부서로 옮기신 직원들의 도움요청이 이어졌고 결국 ‘컴퓨터 문제해결 가이드’라는 PPT 자료까지 만들어 배포하기도 했습니다. 타부서인 교통과의 단순·반복 업무를 효율화하는 프로그램도 제안해 가시적 성과를 내기도 하였고, 구청 홍보용 책자 및 CD표지 디자인에 아이디어를 내기도 하였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포토샵 활용능력이 향상되었다는 점도 빼 놓을 수 없는 사실입니다. 게다가 특별휴가와 모범사회복무요원 표창도 덤으로 따라왔습니다.

 

 직무교육을 받았던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대구교육센터 소속 봉사동아리 ‘행복한 동행’ 활동도 제가 한 단계 더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시간도 뺏기고 힘까지 들 것 같아 늘 미루어왔던 봉사활동을 직무교육 수료와 함께 시작하였고 넉넉하지 않은 환경에서도 매우 긍정적이고 밝은 어린 친구들과 함께 하면서, 늘 부족한 부분만을 생각하는 저를 되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봉사활동을 통해 아이들과 함께 성장했다는 생각입니다. 소집해제 후 대학해외봉사단에 지원, 우리와 비교조차 되지 않는 열악한 나라 캄보디아에서 제 삶의 값진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소외된 아이들과 함께했던 봉사동아리 활동에서 비롯되었던 것입니다.

 

 2년이라는 복무기간이나 근무지에서의 담당업무는 우리의 선택사항이 아니기에 바꿀 수 없지만, 사회복무요원 각자의 태도와 생각은 바꿀 수 있습니다. 세상사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의 뜻을 새삼 되새기게 됩니다. 또한 ‘남을 위해서 한 일’인 줄 알았던 그 일련의 과정들이 결국은 ‘나를 위해서 한 일’이었음도 꼭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사회복무를 통해 얻은 소중한 깨달음이었습니다.


준비, 노력 그리고 긍정

 소집해제 당일, 부서 직원분들이 십시일반 모아 떠나는 제게 용돈을 챙겨주셨던 것은 잊을 수 없습니다. 아직까지 주위에 자랑하고 다닙니다. 100여명이 함께 일하였던 작은 사회에서, 그리고 20대 초반에 맞닥뜨린 첫 사회생활에서 저 자신이 인정받았다는 뿌듯함을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나아가 내 삶이 성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긍정의 확신이 생겨난 때였습니다.

 

 소집해제 후에는 본격적인 전공 학습과 취업준비가 예정되어 있었기에, 저는 사회복무기간 중에도 틈틈이 준비를 시작하였습니다. 컴퓨터활용능력 1급을 취득하였고 한자 2급 자격증도 취득하는 등 작은 미션들을 하나씩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는 습관을 들이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런 습관은 대학생활과 지금의 직장생활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며 특별히 노력했던 한 가지가 있습니다. ‘시켜서 하는 일이 10점이라면, 시키기 전에 찾아서 하는 일은 100점’이라는 생각으로 업무에 여유가 생겨 시간이 날 때면 주변에 바빠 보이는 직원분께 “뭐 도와드릴 일 있어요?”라고 먼저 묻고는 했습니다. 소집해제 후 가끔 담당부서를 다시 찾아 인사를 드렸을 때, 당시 상황을 모두 기억하고 계시는 것을 보면 제 생각이 옳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후배 사회복무요원에게

 저의 복무시절을 떠올리며 후배 사회복무요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떠올랐습니다. 바로 ‘아무것도 아닌 지금은 없다.’란 말입니다. 당장은 맡은 일이 성가시고 귀찮고 힘도 들겠지만, 순간순간 느끼는 보람과 하루하루 쌓이는 작은 경험들이 언젠가는 반드시 의미 있게 쓰일 것이라는 긍정적 확신을 가지고 생활하시길 바랍니다.

 

 사회복무요원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사회복무 기간은 그저 낭비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고, 저 역시 같은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낭비는 나에게 아무런 보탬도 되지 않고 타인만을 위해 허비한다는 전제로 하는 말입니다. 그러나 남을 위해서만 쓰인 것처럼 여겨지던 내 시간과 노력이 결국은 나 자신의 성장 동력이 되어 돌아온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사회복무 2년 동안 스스로의 성숙과 성장을 마음껏 누리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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