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역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전환되었을 때는 몸과 마음이 녹초가 되어있었습니다. 저의 처지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에 의기소침하였고, 복지 분야에 근무해야한다고 들었을 때 학창시절 대학진학을 사회복지로 선택했지만 수능을 망친 후, 다른 학과에 진학하게 되면서 좌절된 꿈이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사회복무요원 자체도 잘 해낼 수 있을까 라는 두려움이 많았습니다.
걱정을 한가득 안고, 2016년 6월 태전1동 주민센터에서 근무를 시작하였습니다. 마음이 뒤숭숭하니 근무를 하면서 실수도 많이 했고, 그저 의미 없이 하루 하루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직무교육 소집명령을 받게 되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그 때 직무교육이 저에게 작지만 의미있는 전환점이 되었었던 것 같습니다.
매일 아침, 담당 선생님께서 웃음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주면서 하루를 시작 할 때 웃으면서 시작하자는 제안이었습니다.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으니까 행복한 것이라는 말처럼 별것 아닌 작은 행동들이 저를 조금씩 긍정적인 모습으로 만들어 갔습니다. 수업을 들으면서 복지 분야의 여러 사회복무요원들의 이야기들이며 동료들과 소통도 하고, 전공도 무관한 그들이 사회복지제도에 대해 토론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마음 한 구석에 꽁꽁 묻어 두었던 ‘사회복지사’라는 꿈이 요동치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강의는 집이 가난한 한부모 가정을 어떤 사회복지프로그램으로 지원하는 것이 좋은가에 대한 토론이었습니다. 교수님께서 가르쳐 주시기도 했고, 팀원들과 토론하면서 교과서 내용도 확인해 나갔습니다. 한 가정을 돕기 위해 모자가족 지원, 생계·주거급여, 차상위계층 지원, 바우처제도 등 이렇게 많은 서비스들이 있는지 몰랐고, 처음 알게 된 제도들도 많았습니다. 저는 나름 사회복지지망생이었는데 이런 것 조차 몰랐다고 생각하니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이렇게 배운 내용들은 주민센터에서 근무 할 때 유용하였습니다. 주민센터에는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찾아오고 여러가지 지원 신청을 받는데, 그때마다 저는 수급자는 누구며, 차상위는 무슨 의미인지 몰랐던 것을 교육을 통하여 기본적인 내용을 숙지할 수 있었고, 저의 주 업무였던 민원인 응대도 자신있게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업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자신감이 생기면서, 민원인들에게 먼저 말을 붙였습니다. 그 분들이 주민센터에 직접 방문한 만큼 하나라도 더 알아가길 원하는 마음이 커졌습니다.
주민센터 복무에 적응해 가면서 직원들의 칭찬과 더불어 작은 행동들이지만 나름 뿌듯한 마음도 들었고, 이렇게 바뀐 모습으로 하루하루를 근무를 하다 보니 포기했던 복지사의 길에 뜻을 두고 싶다는 생각이 깊어져 갔습니다.
이런 제 마음음을 알아채었는지 담당공무원은 사례관리를 위해 함께 수급자분들 집에 방문할 때 저를 데리고 가셨고, 덕분에 많은 현장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간 대학에서 전공한 세무학은 또 어떻게 해야할지, 한번 묻어둔 진로를 다시 생각하는 것이 이 시점에서 맞는 일인지 고민이 깊어지고 갈등이 더해갈 즈음, 결정적 도움이 되어 준 것은 사회복무요원 봉사동아리‘행복한 동행’을 통한 활동이었습니다. 아동복지센터 아이들과 함께 웃고 떠들며 즐겁게 보낸 그 시간만큼은 답답했던 마음도 진정되고 스트레스도 풀 수 있었습니다. 봉사라기 보다는 경험이고 더불어 사는 삶이고 제 스스로에게는 오히려 힐링이었습니다. 한 번은 사회복무요원-아이 이렇게 파트너를 맺어서 장애인체험 활동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중 유독 말을 잘 안 듣는 친구가 저의 파트너였고 소통의 부족으로 활동프로그램 마무리를 짓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아이가 이런 체험활동 하는 것을 싫어할 수도 있으니 억지로 시키지 말고 아이의 눈높이에 맞게 행동하자’제가 그 아이의 담당 사회복지사라면 아이한테 어떻게 대하면 좋았을까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그들을 배려하고 함께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조금씩 알아가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올해 초부터 사회복지사 2급 취득을 위해 인터넷 강의를 듣고 있습니다. 연말까지 2학기 강의와 실습이 있어서 바쁘게 움직여야겠지만, 꿈을 위해 진짜로 무언가 한다는 점에서 마음이 즐거워지고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번집니다.
학점에 마음이 치우쳐 혹시 사회복무에 소홀해지지 않을까 염려가 될 무렵, 직무교육을 받았던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사회복무 현장기자단 활동은 저에게 있어 스스로를 다잡는 기회였습니다. 사회복무요원이 챙겼으면 하는 제도(건강보험료 지원여부, 소집해제 후 예비군은 어떻게 받는지, 분할 복무의 조건 등) 기사로 만들어 공유했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다른 사회복무요원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으로 임했습니다. 대충한다는 소리를 들을까봐 병무청, 법제처에 문의하고 관련 서적도 등 꼼꼼히 읽고 조사하면서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또한 우리 사회가 사회복무요원을 이해하는데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처음에 아무것도 못할 것만 같았는데, 이제 소집해제까지 겨우 3개월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부끄럽지만 이렇게까지 스스로 열심히 살고자 생각하고 ‘신나게’ 행동했던 적은 없었습니다. 사회복무를 통해서 저는 병역의무뿐만 아니라 사회복지사의 꿈을 이어나가게 되었습니다. 곧 사회에 나가게 되면 제가 해야 할 일, 저의 역할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부족하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열심히 다듬고 준비해서 훌륭한 사회복지인재로 거듭나고 싶습니다. 제가 최대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도 찾아 나갈 것입니다.
생각만으로도 벌써 가슴이 두근두근 거립니다.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지 못했다면 이 모든 것들을 경험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인격이 바뀌고, 인격이 바뀌면 운명까지도 바뀐다.’
꿈도 없이 방황하던 제 가슴에 ‘사회복지’의 의미가 자리잡았고, 그간의 교육과 경험과 생각들이 모여 사회복지사로서의 길로 접어들게 했습니다. 대한민국 모든 사회복무요원들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면서 만나게 된 인연과 경험이 여러분 자신의 삶도 바꿀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