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남희 라이프코치 재미를 ‘한글’의 한자커서로 누르니, 在美 즉 ‘제멋대로 하여 맛이 좋다 혹은 아름답다’라고 나온다. 재미란 ‘내 멋대로 아름답다,
내 맘대로 하여 좋다’는 의미이다. ‘내 멋대로’란 나의 멋, 나만의 멋을 말한다. 다른 사람과는 다른 나만의 특성이나 개성이 나의 멋이다. ‘내 마음대로’를 달리 풀이하면 ‘나의 뜻대로’요, ‘나의 의지’가 들어간 것을 말한다.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다른 사람의 강요가 아닌 오직 나의 생각과 나의 의지가 있어야 멋도 나고, 맛도 나고, 재미도 난다는 말이다.
흔히 하는 말로 “재미 봐, 재미있게 보내. 재미 좋아?” 라고들 한다. 여기서 재미란, 마음이 즐겁거나 흥미로움을 이른다. 재미(在美)란 단지 흥미롭거나 즐거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는다.
딸아이의 같은 반, 미나라는 친구가 있다. (미나에 대한 이야기는 딸아이가 전해준 내용을 그대로 싣는다.) 미나는 중학교 2학년 때 청주에서 안동으로 전학 왔다고 한다.
미나는 그림을 아주 잘 그린다. 그림을 잘 그린다고 말할 때는 ‘정말 잘 그리네, 저 정도면 잘 그리는 축에 끼지’하는 정도를 가리킨다. 미나의 그림솜씨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진짜 같아 보인다.
미나의 그림은 특색이 있다. 그만의 아주 특별한 느낌이 담겨있다. 미나가 자주 쓰는 색감은 차가운 색깔로, 분위기는 우울모드이다. 자주 등장하는 그림의 소재는 죽음이나 쇠사슬에 묶인 발목이다. 실제로도 아이는 죽겠다는 말을 친구들에게 한다.
손목을 긋는 등 자해를 하기도 한다. 3학년 들어서 미나는 조퇴를 자주하며 공부는 흥미를 잃은 지 오랜 듯하다. 선생님은 반 친구들에게 미나를 괴롭히지 말고 상처가지 않게 말을 조심해서 하라고 이르신다.
딸애는 선생님의 말씀을 애들이 이렇게 받아들인단다. ‘미나에게 말을 걸지 말고 미나를 피하라‘고. 그래서 미나는 왕따가 된다고. 욕심을 부린다면, 나는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이 청소년에 관한 심리서적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어른들이 약간의 배려를 기울이면 미나가 학교생활을 저리도 힘들어하진 않을텐데.... 안타깝다.
학생들이 학교생활에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요소는 여러 가지이다. 공부를 잘하여 칭찬받는 재미가 있고, 공부 자체에 흥미를 느끼는 아이, 성적이 우수하여 스스로 자부심을 갖는 아이, 친구가 좋아 학교생활이 즐거운 아이, 점심이 맛있어서 즐거운 아이도 있다.
체육시간이 재밌어서, 수학이 재밌어서, 음악선생님이 좋아서 학교가 좋다는 학생도 있다. 어떤 이유인지 잘은 모르나 위와 같은 학교생활의 목록 속에는 미나의 재밋거리가 없는 듯하다. 재미없는 공부만 하고 괴롭히는 친구들이 많은 학교, 그래서 미나는 학교에 와도 도망갈 궁리를 한다.
딸애가 전해주는 말해 의하면 미나는 그림 그리는 재미를 타고난 것 같다.
나는 예쁜 색깔들이 한 자리에 담긴 물감이나 색연필, 크레용, 색지들을 좋아한다. 가지각색, 저마다의 색을 온몸으로 드러내는 아름다움. 색에는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색을 선명하게 갖춘, 고운 빛깔에 나는 마음이 혹한다. 그래서 쓰지도 않는 색연필을 사가지고 색깔별로 이리저리 색칠을 해댄다. 그림엔 맹추라 어떻게 그릴지, 무엇을 그릴지도 모르면서 ‘그림을 잘 그려보고 싶다’는 소망을 품기도 한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자신을 제대로 드러내는 통로가 미나에겐 그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글을 쓰며 나를 확인하듯 미나에게는 그림을 그릴 때 즐겁고 재미가 있지 않을까?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자신의 마음을 알리며, 자신의 존재를 느낄 때 사람은 재미가 있다. 재미있는 일을 할 때 우리는 즐겁다. 희열을 느낀다. 그림은 미나를 세상으로부터 구원해줄 구도자일지도 모른다.
평준화된, 아이들의 개성마저 몰살시키는 지금의 학교생활은 미나에게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오히려 미나의 특별한 재능은 또래로부터 ‘이상한 애’ 취급하는 마음이 들게끔 한다.
나 역시 미나와 같은 취급을 당하기도 하니 미나가 당할 고통에 마음이 아프다. 도움을 주고 싶어 연락을 취한다. 혹시 아나? 내가 미나에게 그림 그리기를 배워 서랍에 처박혀있는 예쁜 그림도구들을 사용하게 될지도. 미나를 코칭하는 나, 미나와 나는 마주 앉아있다.
1. 먼저 나는 미나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는다. 미나는 자기 이야기를 꺼낸다.
2. 나는 미나에게 예쁜 스케치북 한 권을 선물한다. 그리고 미나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려보라고 말한다.
지난 이야기를 써도 되고 오늘부터 써도 된다.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 말을 그리면 된다. 누구도 귀 기울이지 않았던, 누구에게도 하지 못했던 말을 하얀 종이위에 꺼내놓는 거다.
말을 입 밖에 내면 흉이 되거나 상처가 되어 돌아올 수 있지만 종이위에 펼쳐놓은 말은 되돌아오지 않는다.
오히려 가슴속에 숨어있던 짐덩어리를 풀어놓는 일이다. 짐을 내려놓음으로써 마음은 가벼워지고 느슨해진다. 칭칭 동여매던 것들이 빠져나가 홀가분해진다.
자유로워진 틈새로 신선한 바람이 들어온다. 새로운 기운은 마음에 생기를 준다. 불안, 죽고 싶다는 생각, 미운 마음, 답답함, 긴장, 스트레스, 따위의 부정적인 마음이 저만치 물러나고 좋은 기분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좋은 마음이 생겨난다. 하고 싶은 일이 무언지 떠오른다.
이제 다시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고 싶었던 일에 손이 간다. 이제 기쁜 마음으로 그것을 하는 거다. 그저 하고 싶은, 하고 싶었던, 무슨 이유인지 모르나 하지 못했던, 그것을 해본다.
이제 시작이다. 이제 중학교 3학년인걸. 미나야, 너는 너야. 예쁘고 건강한 너, 네가 어디로 간 건 아니지. 너도 알잖아. 네가 아닌 다른 사람, 다른 그 무엇이 되고자 해서 잠시 방황했던 거야. 너는 한순간도 네가 아니었던 적이 없어. 너는 언제나 너야. 친구들이 너와 놀아주지 않아도, 학교 성적이 나빠도, 네가 칭찬을 받지 못해도, 심지어 너는 네가 아니라고 우겨도, 네가 너 아닌 적은 없었어. 너는 언제나 너인 거야. 잠시 헷갈렸던 게 네 잘못은 아냐. 너보고 다른 사람, 다른 무엇이 되라고 요구했던 어른들 탓이지. 그렇지만 나이만 많은 사람들을 탓하진 마렴. 어른들도 너처럼 헤매긴 마찬가지니까. 무엇을 하며 지내면 좋을지 모르기는 머리 큰 사람들이라고 다르지 않단다.
3. 그러면 너는 어떻게 너인 줄 알 알까? 그것은 네가 알지. 너만이 알 수 있어. 나는 네가 너임을 깨닫게 도와주는 사람일뿐이야. 무엇을 통해서 너는 네 자신을 확인할까? 그림을 그리는 거야. 네가 좋아하는 그림말이야. 그림이 너를 그리로 안내해 줄 거야. 그리다보면 너는 스스로 알게 될 거야. 네 마음 안에 있는 등불이 너를 인도해 줄 거야. 네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네 마음속의 등불을 믿고 따라가 보렴. 흔들리지 말고.
4. 그림을 그리며 미나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한다. 어느 누구의 도움도 없이 어두운 그림자로 자욱한 미나의 상처는 천천히 그러나 강력하게 기억을 지워간다. 아픈 기억의 자리는 예전엔 꿈도 꾸지 못했던 건강하고 바람직한 풍경들이 새싹처럼 돋아난다.
마음에 따라 움직이는 것. 마음의 등불이 지시하는 대로 가다보면 나만의 작품이 탄생한다. 나의 멋이 나타나고 나의 맛이 들어있는. 그럴 때 재미있고 즐겁다. 아름다움이란 즐겁고 기쁠 때 저절로 드러난다. 재미란 아름답고 즐거운 것. 우리의 아이들이 점점 재미를 잃어가니 마음이 아프다.
억지로 하는 공부, 억지로 가는 학교, 억지로 듣는 말씀, 어거지로 먹는 밥, 어거지로 그리는 그림, 어거지로 부르는 노래, 어거지로 배우는 공부, 어거지로 하는 운동, 어거지로 하는 ....... 도대체 스스로 좋아서 하는 일이 무어란 말인가? 아이들은 죽어